냉장고 문 여닫기
“냉장고 문 좀 그만 열어. 전기세 많이 나온다.”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본 말입니다. 냉장고 앞에 서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으면 뒤에서 꼭 한마디가 날아왔죠.
그런데 정말 냉장고 문 몇 번 열었다고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냉장고 문을 여는 것은 전력 소비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문을 몇 번 열었는지 횟수만 세기보다, 한 번 열었을 때 얼마나 오래 열어두는지를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절약법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면 내부의 차가운 공기와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섞입니다. 문을 닫은 뒤에는 냉장고가 다시 설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각합니다. 특히 덥고 습한 여름에는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외부 공기가 내부 온도와 습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고 물 한 병 꺼낼 때마다 “전기세!”를 외칠 정도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을 꺼내 바로 닫는 것과 문을 활짝 열어놓고 “뭐 먹지?” 하며 한참 안을 뒤지는 것은 다릅니다. 필요한 것을 찾느라 문을 오래 열어두는 일이 반복되면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시간도 길어지고, 문을 닫은 뒤 다시 내부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냉각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냉장고 문 여닫기가 신경 쓰인다면 하루에 몇 번 열었는지를 세기보다 문을 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꺼내는 물이나 음료, 반찬 등의 위치를 정해두면 필요한 것을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문을 열기 전에 무엇을 꺼낼지 생각하는 것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냉장고 앞에서 한참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그런데 문을 빨리 닫는 것만으로 끝은 아닙니다.
냉장고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문이 닫힌 상태로 보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닫느냐만큼 닫힌 뒤 냉기가 새지 않고 제대로 유지되느냐도 중요합니다.
문을 닫았는데도 한쪽이 뜨거나 냉기가 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곳은 문 주변의 고무패킹입니다.
요금 영향
냉장고 문을 바로바로 닫는데도 냉기가 새는 것 같거나 예전보다 냉장고가 자주 작동하는 느낌이 든다면 고무패킹부터 살펴봅니다.
패킹이 한쪽으로 들떠 있거나 찢어진 곳은 없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음식물이나 끈적한 이물질이 묻어 있다면 닦아줍니다. 문을 닫았는데 한쪽이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다면 문을 아무리 빨리 닫아도 냉기를 유지하는 데 불리합니다.
온도 설정도 확인합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냉장고라면 냉장실은 약 3~4℃, 냉동실은 약 -18℃를 기준으로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냉장실을 필요 이상으로 낮게 설정한다고 음식이 무조건 더 잘 보관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여름이라고 냉장고를 무조건 가장 강한 단계로 올려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냉장실 음식이 얼 정도로 지나치게 차갑거나 반대로 음식이 충분히 차갑지 않다면 현재 설정 온도부터 확인해 조절합니다.
냉장고 주변도 한번 살펴봅니다.
냉장고는 내부에서 빼낸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뒤쪽이나 옆면을 벽과 물건으로 꽉 막아두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고 위까지 물건을 빽빽하게 쌓아 통풍을 방해하는 것도 피합니다.
특히 냉장고를 벽에 거의 붙여놓았거나 주변을 수납장과 물건으로 꽉 채워놓았다면 열이 빠져나갈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새로 설치하거나 위치를 옮길 때는 사용하는 냉장고에서 요구하는 최소 설치 간격을 맞추면 됩니다.
그렇다면 냉장고 문을 자주 열면 전기요금이 정확히 얼마나 더 나올까요?
“하루에 문을 10번 덜 열면 한 달에 몇 원을 아낀다”는 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횟수라도 5초 만에 닫는 경우와 1분 동안 열어두는 경우가 다르고, 냉장고 크기와 효율, 실내 온도, 설정 온도 등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전기요금 때문에 냉장고가 신경 쓰인다면 확인할 것은 분명합니다.
문을 열어놓고 오래 찾고 있지는 않은지, 고무패킹이 제대로 밀착되는지, 냉장실을 필요 이상으로 차갑게 설정하지 않았는지, 냉장고 주변의 통풍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문 여는 횟수 하나에만 집착하는 것보다 이 네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제 생활에서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절약 습관
그렇다면 냉장고 앞에서 매번 초를 재면서 문을 열어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여러 방법을 살펴보면서 내린 결론은 전기요금을 아끼겠다고 냉장고를 불편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문을 열어놓고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편이 훨씬 오래 실천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문을 열기 전에 무엇을 꺼낼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주 꺼내는 물과 음료, 반찬 등의 자리를 어느 정도 정해두면 문을 열고 한참 뒤질 일이 줄어듭니다. 냉장고 안을 너무 빽빽하게 채워 무엇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운 상태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아끼겠다며 냉장고를 일부러 텅 비워둘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내부의 냉기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꽉 채우지 않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음식을 넣을 때도 전기요금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주 뜨거운 음식을 많은 양 그대로 넣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조리한 음식을 완전히 식을 때까지 상온에 몇 시간씩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남은 음식처럼 냉장 보관해야 하는 음식은 많은 양이라면 작은 용기에 나눠 열이 빠지기 쉽게 하고, 장시간 상온에 두지 않은 채 냉장 보관합니다. 전기요금을 조금 줄이겠다고 식품 안전을 뒤로 미루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고무패킹은 냉장고를 청소할 때 함께 살펴보면 됩니다.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닦아주고, 눈에 띄게 찢어지거나 변형돼 문이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닦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패킹이나 문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기요금이 실제로 많이 올랐다면 냉장고 문 때문이라고 바로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이번 달 사용량을 이전 달이나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봅니다. 특히 여름에는 에어컨이나 제습기처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전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청구금액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냉장고 문 여닫기가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릴 때 들었던 “냉장고 문 닫아, 전기세 나와!”라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이라면 저는 조금 다르게 말할 것 같습니다.
냉장고 문을 몇 번 열었는지 세지 말고, 열었으면 필요한 것만 꺼내고 바로 닫습니다. 냉장실은 약 3~4℃, 냉동실은 약 -18℃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문을 닫았을 때 고무패킹이 제대로 밀착되는지 확인합니다. 냉장고 주변은 열이 빠져나갈 공간을 막지 않습니다.
결국 냉장고 문 때문에 전기요금이 걱정된다면 가장 먼저 바꿀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열 번 여느냐 스무 번 여느냐를 세는 것보다, 문을 열어놓고 “뭐 먹지?” 하며 한참 찾는 습관부터 줄이는 것. 그게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